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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

지영 센세 2016. 8. 10. 14:24

 

아름다운 책

 

공광규

 

어느 해 나는

아름다운 책 한 권을 읽었다

도서관이 아니라 거리에서

책상이 아니라 식당에서

등산로에서 영화관에서

노래방에서 찻집에서

잡지 같은 사람을

소설 같은 사람을

시집 같은 사람을

한 장 한 장 맛있게 넘겼다

아름다운 표지와 내용을

가진 책이었다

체온이 묻어나는 책장을

눈으로 읽고

혀로 넘기고

두 발로 밑줄을 그었다

 

책은 서점이나 도서관에만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최고의 독서는

경전이나 명작이 아닐 것이다

 

사람, 참 아름다운 책 한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