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좋은 글귀

시를 읽는다

지영 센세 2016. 6. 29. 09:48

시를 읽는다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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