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다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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