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타 도요 시집 '약해지지 마'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혼자서 외로워도 평소 이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인생이란 언제라도 지금부터야. 누구에게나 아침은 반드시 찾아온다'라고 말입니다. 혼자 산 지 20년. 저는 잘살고 있습니다."
99세 할머니의 첫 시집이 최근 일본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허리가 아파 취미였던 일본무용을 할 수 없게 돼 낙담하다 아들의 권유로 90세를 넘겨 글쓰기를 시작한 시바타 도요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시는 산케이신문 '아침의 시'에 실리며 알려졌다. 이후 출간된 시집은 지금까지 75만 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자신의 시집이 번역돼 전 세계 사람에게 읽히는 게 꿈이라는 그의 첫 시집 '약해지지 마'(지식여행 펴냄)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한 세기를 살면서 지진 등의 무서운 체험, 어머니와의 슬픈 이별, 실명 위기에서의 녹내장 수술, 괴롭힘, 배신, 외로움까지 힘들었던 순간마다 시인은 "약해지지마. 힘내, 힘내"라고 자신을 설득했다.
"시 쓰기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인생에 괴롭고 슬픈 일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라는 시인은 반짝이는 감성과 따뜻한 목소리로 삶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이번 주는/간호사가 목욕을/시켜 주었습니다/아들의 감기가 나아/둘이서 카레를/먹었습니다/며느리가 치과에/데리고 가/주었습니다/이 얼마나 행복한/날의 연속인가요//손거울 속의 내가/빛나고 있습니다"('행복' 전문)
"뚝뚝/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멈추질 않네//아무리 괴롭고/슬픈 일이 있어도/언제까지/끙끙 앓고만 있으면/안 돼//과감하게/수도꼭지를 비틀어/단숨에 눈물을/흘려 버리는 거야//자, 새 컵으로/커피를 마시자"('나에게' 전문)
시인은 유복한 쌀집 외동딸로 태어났지만, 10대 때 가세가 기울어 음식점 등에서 더부살이하기도 했다. 33세에 주방장인 시바타 에이키치와 결혼해 이듬해 아들 겐이치를 낳았다. 남편과 1992년 사별하고 홀로 생활하고 있다.
136쪽. 9천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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