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좋은 글귀

인생- 정연복

지영 센세 2013. 10. 11. 23:56

<정연복 시인의 인생 시 모음> '인생의 길' 외 일곱 편의 시

 

+ 인생의 길

 

인생의 길은

산행(山行) 같은 것

 

가파른 오르막 다음에는

편안한 내리막이 있고

 

오르막의 길이 길면

내리막의 길도 덩달아 길어진다

 

그래서 인생은

그럭저럭 살아갈 만한 것

 

완전한 행복이나

완전한 불행은 세상에 없는 것

 

살아가는 일이

괴롭고 슬픈 날에는

 

인생의 오르막을 걷고 있다고

마음 편히 생각하라

 

머잖아 그 오르막의 끝에

기쁨과 행복의 길이 있음을 기억하라

 

내가 나를 위로하며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인생의 길은 그래서

알록달록 총천연색 길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

고달파도 고마운 길이여

 

오!

너와 나의 인생의 길이여

 

 

+ 인생

 

어차피 살아야 할

인생이라면

 

눈물 같은 소주를 마시며

잠시 슬픔과 벗할지언정

 

긴 한숨은

토하지 않기로 하자

 

아롱아롱 꽃잎 지고서도

참 의연한 모습의

 

저 나무들의 잎새들처럼

푸른빛 마음으로 살기로 하자

 

세월은

훠이훠이 잘도 흘러

 

저 잎새들도

머잖아 낙엽인 것을

 

 

+ 인생

 

한세월 굽이돌다 보면

눈물 흘릴 때도 있겠지

 

눈물이 너무 깊어

이 가슴 무너질 때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잊지 않으리

 

꽃잎에 맺힌 이슬에

햇빛 한 자락 내려앉으면

 

그 꽃잎의 눈물이

어느새 영롱한 보석이 되듯

 

나의 슬픈 눈물도

마냥 길지는 아니하여

 

행복한 웃음의

자양분이 되리라는 것을

 

 

+ 인생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잎새들 뒤척이며

잠시 흔들리다가도

 

바람이 자면

저리도 잠잠히

 

고요의 기둥으로

서 있는 나무들

 

그래, 한세상

나무처럼 살다가 가자

 

잔잔한 일상이나

삶의 풍파 몰아치는 날에도

 

그저 마음의 중심 하나

꼬옥 움켜잡고

 

'나'라는 존재

이 광활한 우주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살다가 가자

 

 

+ 인생

 

굽이굽이 돌아 온 인생 길에

행복과 슬픔이 아롱졌네

 

아!

삶은 얼마나 쉽고도 어려운 것인가

 

잡았다 싶으면 저 멀리 달아나는

아리송한 삶의 꼬리여.

 

그래도 나 이제

하나는 알 것도 같아

 

깊이 사랑하는 사람 하나

내 마음에 둥지를 틀면

 

삶은 더러 고달파도

신비한 힘이 샘솟는다는 것을.

 

 

+ 인생

 

되는 일 하나 없는 양

가슴 시린 날에도

 

지난 세월

가만히 뒤돌아보면

 

아니다,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쉰 몇 해의

꿈같이 흐른 세월 속에

 

다정히 내 이름 불러준

벗들은 그 얼마이며

 

까닭 모를 슬픔에

세상을 외면했던 내 눈에도

 

눈부시게 피어난

꽃들은 또 그 얼마였던가.

 

 

+ 인생

 

한세월 굽이굽이 돌아

어느덧 나의 생은

중천(中天)을 지나

석양으로 기울고 있어라.

구름처럼 흘러온

지난 세월에

웃음의 꽃밭 사이로

더러 눈물의 골짜기도 있었네.

이제 남은 여생

나 바라는 오직 한 가지는

육신이야 좀 해어지더라도

정신은 나날이 가벼워져

바람의 춤을 추듯

고운 노을로 뉘엿뉘엿 지는 것.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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