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

[읽기/쓰기] 대용(代用)한자란?

지영 센세 2009. 1. 14. 11:22

일본어에는 대용(代用)한자라는 게 있습니다. 대신 쓴

다? 무엇 대신 무엇을?

 일본어에는 '상용한자'라고 해서, 교양있는 일본인으로

서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필요한 한자를 골라 정해 놓은 게 있습니다. 2천자를 넘

지 않습니다.


    代用漢字=だいようかんじ



그러나 고대 이래의 한자들은 당연히 그 범위를 넘어 엄청 많

습니다.

상용한자의 범위 밖에 있는 한자로 표기해야 하는 한자어

(오래전부터 만들어져 사용되어 오는 단어들)들도 많이 있습니

다.


중국도 아닌 일본에서 오늘날,

한자를 있는대로 다 배우고 쓸 필요는 없습니다. 몇몇 전문가

라면 몰라도..

그래서, 상용한자 테두리를 벗어나는 한자를 사용하는 단어(성

어)에 있어서,

원래의 제대로 된 한자 대신에 그것과 읽기(보통은 音)가 같으

면서 뜻도 그런대로 유추할 수 있는 어느 상용한자를 가져다

쓰는 관행이 자리잡혔습니다.

이것이 대용한자의 전형이지만, 그 경위가 좀 다른 것도 간혹

있습니다.

어쨌든, 보다 쉽거나 익숙한 한자를 원래 것 대신 사용한다는

취지!

예컨대.. 첨단산업이라는 말의 첨단(尖端)..

뽀족한(尖) 끝(端)이란 말로서, 이 경우에는 가장 앞서가는 산

업이란 뜻이죠.

여기서, 뾰족할 첨(尖)은 일본의 상용한자에 들어 있지 않습니

다. (정확하게는, せん이라고 음읽기 하는 尖)

그래서 尖(せん)과 같은 발음이면서 '앞'이라는 뜻의 先(せん)

으로 대신 표기하자는 것이죠. 그리하여 요즘 일본어에서는,

尖端(せんたん)産業 대신에 先端(せんたん)産業이라고 씁니다!

한자를 일상적으로 사용은 하되, 그 많은 것을 다 하기는 곤란

하고도 불필요하다는 원칙에 서서, 궁리해 낸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하, 대용한자가 일반화된 것을 모았습니다.

(あ)
意気軒昂(いきけんこう)의기양양 > 意気軒高

慰藉料(いしゃりょう) 위자료 >   慰謝料

一攫千金(いっかくせんきん)일확천금 > 一獲千金

湮滅(いんめつ)  (증거)인멸 > 隠滅

叡知(えいち)예지 > 英知

(か)

毀損(きそん)훼손 > 棄損

気魄(きはく)기백 > 気迫

稀薄(きはく)희박 >  希薄

饗宴(きょうえん)향연 > 供宴

蹶起 (けっき) 궐기 > 決起

缺陷(けっかん)결함 > 欠陥

缺點(けってん)> 欠点

缺席(けっせき)결석 > 欠席

交叉(こうさ)교차 > 交差

雇傭(こよう)고용 > 雇用

義捐金(ぎえんきん)의연금 > 義援金

(さ)

刺戟(しげき)자극 > 刺激

終熄(しゅうそく)종식 > 終息

遵守(じゅんしゅ)준수 > 順守

遵法(じゅんぽう)준법 > 順法

侵蝕(しんしょく)침식 > 侵食

棲息(せいそく)서식 > 生息

銓衡(せんこう) 전형 > 選考

尖銳(せんえい)첨예 > 先鋭

尖端(せんたん)첨단 > 先端

綜合(そうごう)종합 > 総合

掃蕩(そうとう)소탕 > 掃討

絶体絶命(ぜったいぜつめい)절체절명 > 絶対絶命

(た)

頹廢(たいはい)퇴폐 > 退廃

颱風(たいふう)태풍 > 台風

高嶺の花(たかねのはな)높은 곳의 꽃 (따지 못할 꽃) 

>高根の花

智慧(ちえ) 지혜 > 知恵

抽籤(ちゅうせん)추첨 > 抽選

追窮(ついきゅう)추궁 > 追及

停年(ていねん) 정년 > 定年

手帖(てちょう)수첩 > 手帳

(な)

(は)

繃帶 (ほうたい)붕대 > 包帯

補闕(ほけつ)보궐 > 補欠

(ま)

(や)

輿論(よろん)여론 > 世論(せろん으로 읽기도 함)

(ら)

落伍者(らくごしゃ)낙오자 >落後者

流言蜚語(りゅうげんひご)유언비어 > 流言飛語


(註1) 위와 같은 대용한자의 사용에는 일부 저항이 있습니다.

특히, 萎縮>委縮, 臆病>憶病, 貫禄>貫録 등과 같은 것은

반대가 거센 상황으로 보입니다.

(註2) 한국어와 발음체계가 닮다 보니, 일본어 발음에 맞춰 골

라진 대용한자인데

한국어로도 발음이 같은 단어들도 꽤 있습니다..

(註3) 전형이란 말은 한국어에서는 '대입(大入)전형'과 같이 사

용되는데,

여기서의 전(쇠金변에 온전 全 = 銓)은 무게를 달을 때의 분동

(分銅)을 가리킵니다.

형(衡)은 저울. 요컨대, 저울질한다는 뜻. 저울질해서 (사람을)

뽑는다는 뜻


(蛇足)

근대 이후,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말들을 고스란히 들여다 쓰

는 관습이 일반화된 한국에서, 심지어 이런 경위를 가진 말까

지도 멋모르고

그냥 들여다 쓰는 사례도 왕왕 발견됩니다.

혹시 그런 "방식"을 빌려다 참고한다면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