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

付(부) : 오늘부로 짤렸습니다

지영 센세 2009. 1. 14. 11:24

오늘 짤렸습니다.

내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1월1일 지점 발령 받았습니다.

 

날짜 뒤에 따라붙는 '부'가 대체 무엇일까?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

너무 잘난 한글 때문에, 한자 문맹이 된 현대 한국인들로서,

그런 문제를 풀 빌미를 잡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영어로 하면 아마, as of today, as of January 1st.. 따위의 "as of" 일 것 같습니다.

 

여기서 '부' 라는 그게 혹시 한자라면 어떤 한자일까?

원래의 바른 한자로 쓴다면, 오늘附, 내일附, 1월1일附 입니다. 그럼, 附는 무슨 뜻일까?

'붙음' (동사라면 '붙다) 이란 의미입니다.

오늘에 붙은 것, 1월1일에 붙은 것 등등.

 

문제는 그런데...

어떤 한자이고 뭐고 따질 것도 없이, 기준이 되는 날에 붙여서 (그날 표시가 되어) 라는

의미로 附를 쓰는 것은 일본어에서의 용법입니다.

문제가 더 꼬이는 것은, 현대 일본어에서는 이런 의미의 한자 附를, 단순한 편의상

付로 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附와 付는 엄연히 서로 다른 한자이지만,

현재 일본어에서는 이 두 자를 모두, 付 하나로 쓰고 있는 것입니다.

 

좌우간 그럼, 그런 일본어에 해당하는 한국어 용법은 어떠한가?

그것은 예컨대, 신문의 날짜를 말하는 경우에서 보듯이,

12월25일자, 내일자 신문, 어제자 신문 등에서의 자(字)입니다!

 

이와 같은 字의 용법은 불안정하고, 그 교육도 비체계적이어서,

근원이 같은데도, 오늘부로 짤렸다는 말은 오늘'부', 내일자 조간은 내일'자'라는

다듬어지지 못한 어법이 횡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관되고 통일된 원칙에 따라 쓴다는 의미에서라도,

오늘자로 짤렸다, 내일자로 그만두겠다, 1월1일자로 발령받았다 로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今日付けでクビになりました。

明日付けでやめます。

1月1日付けで支店勤務となりました。

12月25日付の朝刊新聞、、

 

한편 일본어의 付け는 원래는 つけ이지만, 위 용례들 모두 다른 말 뒤에 따라붙으면서 づけ가 됩니다.

붙기, 딸리기, 붙어 있음, 딸려 있음 의 뜻입니다. 사령장(狀), 발령장, 신문, 보고서 등등

날짜가 붙어 있는 것들에 바로 그러한 용례가 생깁니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한자 한문만 절라 열심히 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돌연 '한자 나몰라라' 하니, 상당 부분 그것에 뿌리를 둔 오늘날의 제 말도

뭐가 어케 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근대화의 무지 중요한 시절, 그리고 그 후도,

매우 독특하고 기막힌 한자 사용을 하는 일본어에 깊게 휘둘려 온 한국어.

내가 쓰는 말, 우리가 쓰는 말이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알수록 얼굴이 뜨거워지는 게 넘 많아 탈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