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강한 일본의 외식업은 ‘회전초밥’, 왜?
최근 OECD가 수정발표한 2010년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는 3.0%. 가맹국 전체의 평균치 2.7%보다 높다. 그런데, 同보고서를 통해 OECD가 일본에게 특히 주문한 것은, 디플레에서 어서 벗어나라는 것. 디플레와 보다 적극적으로 싸워야 한다고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을, 이름을 들어 비판하면서, 물가상승률이 플러스가 될 때까지 低金利 및 量的완화 정책을 지속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참고로, 일본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가맹국에 공통적으로 요구된 것은 재정 건전화를 향한 노력이었다.
전년의 마이너스 성장률에서 +3.0% 성장으로 상당한 회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1사분기의 실질 성장률은 +4.9%(전기對比의 연율)를 기록하며 4사분기 연속의 플러스 성장을 이었다. 성장은 마이너스를 벗어나 벌써 1년 넘게 플러스를 이어가고 있으나, 디플레는 아직 진행형이다. 4월의 전국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는 전년동월 대비 1.5%의 하락, 14개월째 마이너스를 잇고 있다. 일본경제의 건강을 위해, 재정 건전화와 더불어 디플레 탈피가 시급한 사안임은 일본 스스로뿐만 아니라 국제기관의 눈으로도 분명해 보인다. OECD가 ‘일본은행’을 비판한 것은,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이 ‘인플레 타겟 정책’의 도입을 꺼리는 등, 금융완화에 다소 비적극적인 자세로 비치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과거 2000년대 초반의 디플레 대응정책으로부터의 교훈을 들먹이며, 통화정책보다는 ‘성장 드라이브’를 오히려 일본정부에게 주문하고 있다.
어쨌든, 바야흐로 일본경제의 아킬레스腱은 디플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에는 수입 工産品이 물가하락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서비스業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디플레가 폭넓게 만연해 있는 상태. 外食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의 일반대중에게 빠트리기 어려운 패스트푸드 메뉴인 쇠고기덮밥(= 규동)에 관해 몇 차례 소개한 바 있거니와, 요 몇 해, 규동의 값내리기 경쟁은 외식 디플레의 선구(先驅)이자 상징이었다. 환율 변동 같은 것 따질 필요도 없이, 일본 규동 체인店의 쇠고기덮밥은 한국의 ‘김밥천국’보다 싸다!
세 끼 먹던 것을 네 끼로 늘리지 않는 한, 單價의 하락이 이어져 온 규동이나, 나아가 외식산업 전체의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본의 외식산업은 1997년을 피크로 줄곧 내리막이다. 그러한 가운데 놀랍게도, 매출액이나 出店수를 꾸준히 키워 온 게 있으니, 이것이 바로 회전초밥업계. 회전초밥집 자체는 더 설명이 필요없겠지만, 초밥의 元祖인 일본에서는 말하자면 미국의 맥도날드나 KFC 같은 패스트푸드的 먹거리에 가깝다. 가게의 분위기도 패스트푸드店으로 손색(?)이 없다. 물 건너 한국에 와서, 고급스럽고 비싼 먹거리로 둔갑해 있는 것이 필자로서는 의아스럽기도 아쉽기도 하다.
다른 데로 좀 샜지만, 최근의 어느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회전초밥 체인店 상위 3개사는 음식업계 고객 만족도 랭킹에서도 1, 2, 4위를 휩쓸었다. 이들 대형 회전초밥 체인의 경우, 점포경영 상의 비용구성에 있어서 식재료비의 비중이 40~50% 정도로, 일반대중이 많이 찾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30% 정도보다 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식재료비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건네지고 느껴지는 먹거리 자체에 돈을 많이 들인다는 이야기. 일본식, 양식, 중국식 등의 주요 메뉴를 고루 갖춘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반면에, 회전초밥집의 인기몰이 원인이 바로 그 식재비 충실화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더구나 초밥은 일본 고유의 먹거리 아닌가. 그 품질을 속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삼결살이나 짜장면 맛의 차이에 민감하듯이 말이다.
꾸준히 줄어드는 임금소득으로 지갑이 얇아져 온 일반대중이 보다 싼 외식 메뉴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이치. 분위기나 실내장식 등이 떨어지더라도 식재료비를 아끼지 않고 비교적 低價를 유지한 덕에, 회전초밥 업계는 불황을 견디며 오히려 성장과 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세상 이치가 그리 단순한 것만은 아니어, 형편없는 싸구려 재료를 교묘히 겉손질하여 값을 낮게 유지하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도 끊이지 않는다만).
오늘날 일본인에게도 사실, 초밥이 그리 싼 먹거리는 아니다. 그런데 경제전체가 어려움을 겪어 오는 가운데, 회전초밥이 ‘싸고 맛있었다’ 하는 입소문과 함께 同업계 전체가 비교적 호황을 누려 온 것이다. 그럴싸한 패밀리 레스토랑은 물론, 한 끼 밥값으로는 훨씬 싼 규동 업계가 힘들어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얼마 전 국제 멸종동물 보존과 관련하여, 일본인이 즐기는 참다랑어의 어획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결국 무산되긴 했지만, 당시 일본은 그 움직임을 저지하고자 안간힘을 쏟았다. 일본 입장에 동조하겠다는 한국 당국의 발표에, 그 까칠한 일본의 미디어들조차 노골적인 반색을 드러낸 바 있다. 고맙고 반가운 회전초밥집에서의 식사에, 참다랑어가 메뉴판에서 사라진다거나 하루아침에 열 배로 값이 뛰는 것을 일본이라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듣건대, 회전초밥집의 인기에는, 그 같은 음식 본연의 경쟁력 외에, 터치패널式 주문에 경품 추첨, 별도로 주문하는 메뉴가 내앞에 특급으로 달려와 멈춘다는 등, 엔터테인먼트의 요소가 많아졌다는 이유도 있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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